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사드로 대표되는 안보 쟁점을 부각해 지지율 회복을 꾀하려는 보수세력의 시도와 더불어 야권 후보들 사이의 견제와 미묘한 입장 차이도 한몫하고 있다.
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태도는 크게 찬반으로 나뉘지만, 절차의 타당성과 심각한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국회 논의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재협상이 어렵다’면서도 사회적 공론화와 국회 비준동의 등을 강조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발언은 이에 가깝다. 선두권 후보인 그가 안보 현안에서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을 법하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나라 안팎의 갈등이 커진 주된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사안을 독단적이고 성급하게 밀어붙인 데 있다. 사드 체계의 효용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 방어 능력은 아예 없다. 반면 부작용은 분명하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자신의 ‘핵심이익’ 침해로 간주하고 경제보복을 꾀한다. 사드 체계가 실제로 배치되면 보복 수위는 더욱더 높아질 것이다. 사드 체계 배치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엠디) 체제에 확실하게 편입돼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고착될 거라는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북한 핵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워짐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보수세력이 사드 체계 배치만이 정답인 듯이 목소리를 높여서는 또 한번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결정을 번복할 경우 한-미 동맹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섣부른 판단으로 인한 부작용을 다 안고 가서는 나라의 앞날이 더 힘들어질 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무조건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합리적인 재검토다. 모든 측면을 다 따져보고 모든 절차를 다 거친 뒤에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와 정치권이 사드 배치 결정 재검토의 불가피성부터 인정해야 한다.
지금 지구촌은 격변기에 있다. 외교·안보를 어느 한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드 체계 배치는 우리가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이뤄야 할 사안이 아니다. 한·미가 함께 정권교체기인 것이 오히려 ‘사드 재검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슈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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