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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삼성 앞에 멈춘 법원, 더 힘내야 할 특검

등록 2017-01-19 17:40수정 2017-01-19 20:3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구속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터에 풀어줬다니 놀랍고 어이없다. 삼성 총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중대한 사안에서 영장을 기각했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구속된 다른 사람들에 비해도 전혀 가볍지 않은 중대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구속을 면해줬으니 기업, 특히 삼성에만 유독 관대하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그런 예가 과거 여럿 있었으니 의심이 더해진다. 이 부회장이 이미 여러 차례 말 바꾸기와 위증을 했고 앞으로도 거대 기업조직을 동원해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풀어줬으니 증거 인멸까지 걱정된다. 이러니 재벌의 경제권력에 법원이 굴복했다거나 ‘삼성공화국’이라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이다.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과 박근혜-최순실 사이에 ‘경영권 승계 도움’과 ‘금전적 지원’이 오간 사실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터다. 청와대 지시로 삼성에 특혜가 주어지고, 삼성에서 최순실-정유라 모녀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돈이 전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돈의 성격에만 다툼이 있을 뿐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혐의 자체가 전면 부인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당하지 않은 돈을 요구하고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뇌물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도 어렵다. 구속 전 피의자신문에서 이 부회장 쪽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과 최순실-정유라 모녀 지원이 ‘대가관계 없는 일방적 요구에 의한 지원’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요·공갈의 피해자이니 뇌물공여죄를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공갈죄라면 돈을 준 쪽이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 이번 사건에서 삼성은 손해는커녕 수백억원의 돈을 주고 수조원의 이익을 얻었다. 그 과정에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동원되면서 국민만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 어떻게 삼성이 공갈·강요의 피해자라는 말인가.

법원은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해선 채 소명되지 않아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관련자 조사 등 수사도 아직 미진하다는 판단을 드러냈다. 뇌물죄는 준 쪽과 받은 쪽을 함께 처벌하는 범죄다. 법원 지적대로 특검이 뇌물 수수자로 지목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대가관계의 정황은 차고 넘치지만, 박 대통령 조사를 마쳐야 확실해지는 부분이 있을 터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도 더 밝혀져야 한다. 이를 보완해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뇌물로 의심되는 다른 기업들의 금전 지원에 대한 수사도 고삐를 늦출 이유가 없다. 특검은 흔들림 없이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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