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항의하는 촛불이 광장에 켜진 지 5일로 꼭 100일이 됐다. 하루 전인 4일엔 서울 광화문광장에 4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려 ‘특검 연장, 즉각 탄핵’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추운 날씨와 맞물려 줄어들었던 참가자 수는 다시 늘었다. 훨씬 밝아진 촛불에 담긴 민심은 박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특검 수사 역시 거침없이 진행하길 바란다. 또 우리 사회의 폭넓은 변화를 위한 제도적 개혁 작업이 국회에서 이뤄지길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 참가자가 크게 늘어난 건, 최근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의 반동 움직임이 노골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은 특검의 적법한 청와대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했다. 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역시 특검의 협조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극우보수 단체와 일부 보수 언론·정치인은 ‘촛불이 변질됐다’고 주장하며 탄핵 반대 집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이 하루빨리 탄핵 과정을 마무리하고 정상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약에 나서길 바라는 다수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부문은 촛불에 투영된 국민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번주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고영태씨 등 핵심 증인들을 신문하고 박 대통령 쪽이 신청한 증인과 증거의 채택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 때 했던 말처럼,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길 바란다. 비록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되긴 했지만 특검은 이번주로 예정된 박 대통령 직접 조사 등을 통해 대통령의 ‘범죄행위’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정치권은 벌써 대선 국면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탄핵이 결정되는 순간까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박근혜 정권의 적폐 청산을 위한 제도적 개혁의 밑돌을 놓는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외친 구호가 대통령 탄핵 외에 재벌 개혁과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이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재벌 경영체제 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설치법안 등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정치권보다 앞장서 싸워온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촛불을 켠 시민들이 바라는 따스한 봄은 아직 오직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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