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9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하고 특별감찰관실의 감찰까지 방해했다는 등의 혐의다. 사정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그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저질렀으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지금껏 모면했던 게 오히려 의아하다.
우 전 수석은 이번 사태에서 다른 누구 못잖게 책임이 큰 사람이다. 그는 2014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이었다. 그 기간은 최씨가 온갖 방법으로 국정을 농단해 극성스럽게 이익을 챙기던 때였다. 국정 정보가 집결되는 민정수석실에서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안팎을 넘나들며 벌어진 최씨 등의 비위를 감찰하지 않았다. 되레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불법모금 의혹을 내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 해임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까지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니다.
실제로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에 적극 관여한 의혹은 여럿이다. 최씨가 미얀마 대사 임명과 공적개발원조에 손을 뻗쳐 이권을 챙기려던 과정에서 느닷없는 대사 교체의 근거가 된 인사지침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됐다. 블랙리스트에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의 좌천 인사와 씨제이이앤엠 표적 조사를 거부한 공정거래위 국장의 강제 퇴직에도 우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우 전 수석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의혹이 불거지자 수사 대응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파괴는 물론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 데도 가담한 셈이다.
우 전 수석 혼자서 이런 일을 할 순 없었을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전조였던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엉뚱하게 청와대 문건유출 논란으로 변질된 데는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그런 ‘외압’에 동조한 당시 검찰 지휘부의 책임도 마땅히 규명해야 한다.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검찰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 역시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 직전 케이스포츠재단이 롯데에 지원금 70억원을 돌려준 것도 수사정보 유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우병우 개인만이 아니라 검찰까지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특검은 ‘우병우 수사’를 적당히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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