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탄핵 반대 운동을 이끄는 일부 사람들의 발언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헌재 재판관과 특별검사를 위협하고, 유혈사태를 선동하기까지 한다. 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들고 모여 나라의 기틀을 부수고 품격을 짓밟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연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회장이 한 말은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다. 그는 “악마의 재판관 3명이 있다. 이들 때문에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을 두고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 한다. (우리는) 당신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별검사한테도 위협을 가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박영수 특별검사의 집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연단에 올랐다. 그는 “이제는 말로 하면 안 됩니다”라며 “몽둥이맛을 봐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탄핵 반대 집회 펼침막에는 “×××는 죽여도 좋다”, “군대여 일어나라” 따위의 테러나 내란을 선동하는 글귀가 버젓이 쓰여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지난 23일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올린 20대 남자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다고 한다.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헌재의 최종결정이 다가올수록 탄핵 반대 세력의 발언과 행동은 더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한층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촛불 시민은 이들과 쓸모없는 충돌을 피하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가던 길을 가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