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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대통령의 ‘망상과 기만’, 인내의 한계 넘었다

등록 2017-02-28 18:20수정 2017-02-28 18:49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처음 입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25일 제1차 대국민담화다. 그로부터 넉달이 지난 27일 오후,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최후진술서를 ‘대독’시켰다. 그런데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자화자찬, 책임 떠넘기기, 시치미 떼기, 셀프 면죄부 주기…. 이것은 단순히 무책임이나 뻔뻔함 따위의 말로 비판할 수준을 넘어섰다. 앞뒤 분별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사고 체계가 어느 단계에서 멈춰버린 ‘미성숙 인간’이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로 군림해왔음을 확인하는 비감이 몰려온다.

박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는 최후진술서에서 ‘약속’이란 단어를 13차례나 쓴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검찰·특검 조사를 받겠다는 약속을 세 차례나 하고서도 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다른 단어는 몰라도 ‘약속’이란 단어는 피했어야 마땅했다. 사실 박 대통령의 재임 4년은 ‘약속 위반의 역사’였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기는커녕 나라를 ‘국민불행시대’ ‘국민분열시대’에 빠뜨렸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취임 선서부터 철저히 어겼다. 헌법을 파괴하고 국가를 수렁에 빠뜨리고 대통령의 직책을 비선 실세에게 넘겼다. 그런데도 천연덕스럽게 ‘약속’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대통령 앞에서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서 마지막 대목은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의 ‘망상’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탄핵심판이 기각될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만에 하나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일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박 대통령이 탄핵당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길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엉뚱하게도 앞으로의 국정운영 다짐이나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자기기만 속에서 사는 것은 자유지만 그럴수록 국가와 국민은 불행해진다. 혹시라도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 전에 자진사퇴라는 꼼수를 쓸 경우 대통령의 증세를 치유할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고 나라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이제 박 대통령의 망상과 착각에 경종을 울릴 때가 됐다. 헌재는 조속히 헌법과 민심의 이름으로 박 대통령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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