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박근혜 사면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정치권 논란이 격해지고 있다. 이 발언을 문제 삼아 더불어민주당이 안 전 대표를 비판한 데 이어, 2일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 가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정치권에서 벌써 그의 사면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초유의 국정농단을 철저히 파헤쳐 진실을 드러내고 박 전 대통령 자신이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게 먼저다.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 사면 문제를 접근한다면 국민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 쪽은 이번 논란을 “의도적 정치공세”라고 주장한다. 안 전 대표가 “대통령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사면)위원회를 만들어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하자 기자가 ‘박 전 대통령도 사면위에서 검토할 수 있나’라고 물었고 이에 “국민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서 다룰 내용이다”라고 답변했던 게 발언 전문이다. 안 전 대표는 나중에 “자의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얘기”라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듣기에 따라선 ‘국민 요구가 있으면 사면위원회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지금도 법무부엔 사면심의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이게 얼마나 허울뿐인 기구인지는 국민들이 잘 안다. 안 전 대표가 말한 ‘국민 요구’라는 기준이 결국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합리화하는 장치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이 커진 건, 사면 문제가 5월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표와 연결돼 있다고 모든 정치세력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 사안에서 안 전 대표뿐 아니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역시 모호하긴 매한가지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까지 나서 “박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좌파가 우파의 동정심을 노리고 때 이른 사면을 운운한다”고 공격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대구·경북 정서를 의식해 이미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정략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의와 상식을 배신했던 전근대적 사면권 행사가 지금의 부끄러운 역사를 만든 한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이니 ‘통합’이니 하는 좋은 말로 사면의 여지를 열어두려는 건 옳지 않을뿐더러 국민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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