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7일 인천 부평구 17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해 사격술 예비훈련(PRI) 중 총신에 돌을 올려놓고 격발하는 훈련을 직접 해보고 있다. 인천/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관한 입장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안철수 후보는 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와 9일 <연합뉴스> 인터뷰 등에서 “다음 정부는 국가간 합의를 존중해야” 하고, “상황이 바뀌었는데 이전 입장을 고수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안 후보의 이런 발언은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 현 정부의 결정을 사실상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인 지난해 7월10일 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국회 비준과 국민투표까지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안 후보는 사드의 성능과 비용, 대중국 관계, 전자파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의 태도는 ‘차기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주장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입장을 뒤집었다. 안 후보는 ‘국가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들었는데, 한-미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국회 비준을 거쳐 국제법적 효력을 발생하는 ‘조약’과 달라 돌이킬 수 없는 ‘국가간 합의’로 보기 힘들다. 안 후보는 또 “상황이 바뀌었다”는 근거로 지난해 10월20일 한-미 국방장관 공동발표를 들었다. 그런데 이는 두 나라 장관이 ‘공동발표’ 형식으로 “(사드 배치) 합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이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할 게 없다. 게다가 안 후보는 공동발표 직후인 11월13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계속 주장했다. ‘촛불 민심’이 거세게 일던 시기였다. 촛불 민심이 거세자 ‘사드 반대’를 외치다 이젠 보수 표를 의식해 태도를 바꾼 게 아니냐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그동안 한국과 미국 당국이 발사대를 비롯한 사드 장비를 기습 반입해서 배치를 강행하는 바람에 ‘이젠 돌이키기 힘든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커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후보로 나선 이가 분위기를 이유로, 또는 표를 의식해 중요한 외교안보 문제에서 뚜렷한 설명 없이 한순간에 입장을 바꾼다면 유권자가 어떻게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 안 후보는 이제 와서 왜 사드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게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