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이 벌어지던 1970년대 당시의 미국 워싱턴 DC 워터게이트 복합빌딩 풍경. <뉴욕타임스>, 제럴드 포드 도서관
미국 워싱턴 서쪽 포토맥 강변에 워터게이트(Watergate) 빌딩이 있다. 정치권력과 결부된 비리 사건에 ‘게이트’란 단어가 붙게 된 시발점이다. 1972년 6월17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원들이 민주당 전국위가 임차한 이 빌딩 6층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실이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보도되면서 1974년 8월 대통령 하야에까지 이른다. 지금도 도청장치가 설치됐던 6층 방엔 당시 관계자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등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당시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개입하자, 닉슨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이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딥 스로트’(deep throat)라 불린, 마크 펠트 연방수사국 부국장이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 기자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면서 특별검사-대통령 탄핵-하야 순으로 이어졌다.
지금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2의 닉슨’이 되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 국장이 지난 9일 전격적으로 해임됐다. 이를 통해 대선 이전부터 끊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사이의 커넥션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닉슨이 자신을 조사하던 특별검사를 해임했던 44년 전의 상황과 겹쳐 보인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했던 번스틴은 “그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트럼프가 외국 세력과 공모했을지 모른다는 사안의 심각성이 닉슨 때보다 더 크다고 했다. 함께 취재했던 우드워드는 “아직은 워터게이트가 아니다”라며, 의혹이 많고 대통령 처신도 이상하지만 어쨌든 아직은 ‘팩트’가 확인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코미 국장 해임이 ‘제2의 워터게이트’로 비화할지 아니면 트럼프의 건재를 증명할지 주목된다.
권태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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