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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검찰의 뒤늦은 현대차 기소, ‘재벌 봐주기’ 끝내야

등록 2017-05-24 17:48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 사흘을 앞두고 유성기업 ‘노조 파괴’에 개입한 혐의로 현대자동차 법인과 임직원 4명을 기소했다. 하청업체 노조를 상대로 한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형사책임을 물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검찰이 2012년 증거자료를 확보하고도 현대차를 불기소 처분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소는 만시지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사이 유성기업 노조는 1300여회 고소·고발에 시달리고 노동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2011년 이후 유성기업은 ‘노조 파괴’ 사업장의 대명사가 됐다. 그해 5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며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파업에 들어가자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 자문에 따라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진 7월엔 노동자들을 부추겨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설립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이 과정을 보고받았을 뿐 아니라 유성기업에 제2노조의 기간별 목표 가입인원을 정해주고 가입실적이 저조할 경우 채근하거나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함께 대책회의를 열었다. 현대차로부터 ‘주문량 축소’ ‘납품업체 이원화’ 가능성을 통보받은 유성기업은 제2노조 가입실적을 부풀리기도 했다. 현대차가 노조 파괴의 ‘공범’ 내지 ‘지시자’였던 셈이다.

노조의 끈질긴 싸움으로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에 대한 처벌은 일부 이뤄졌지만, 원청업체인 현대차의 책임을 묻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번 기소의 근거가 된 주요 증거자료인 현대차 임직원의 이메일과 전략회의 문건도 검찰이 2012년 압수수색에서 이미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안정적 부품공급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자료를 받아본 것에 불과하다”는 현대차의 진술을 받아들여 결국 불기소 처분했다. 대전지법과 대법원도 노조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과 재항고를 각각 기각했다. 지난해 초 노조가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 형사재판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자료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현대차에 대한 책임은 영영 묻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번 기소를 원청업체의 부당한 하청업체 노사관계 개입에 무거운 책임을 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듣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행태는 더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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