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 앞에 류샤오보의 죽음을 추모하는 간이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가 13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이었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발표했다며 강단에서 쫓겨났다.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과 다당제 도입, 삼권분립 등을 요구한 그는 2009년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형을 받아 감옥에서 지내왔다.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나, 중국의 시상식 참석 불허로 시상식에는 ‘빈 의자’만 놓였다. 지난 5월 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서야 가석방돼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아내 류샤를 위해 해외로 나가 치료받기를 원했으나, 역시 불허됐다. 남편 투옥 이후 8년간 삭발한 채 지내는 류샤도 가택연금 상태다.
중국 당국의 가혹한 처사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까지 이어진다. 중국 언론들은 사망 소식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외교부는 국제사회 비판에 “내정 간섭”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류샤오보는 극단주의자가 전혀 아니다. ‘다당제와 삼권분립’ 주장은 체제를 떠나 근대적 의미의 보편적 민주주의를 위한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해 국제사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내용이다. 백번 양보해 현실적 이유로 지금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입을 틀어막고 감옥에 가두고 아내까지 연금하는 게 옳은 일인가. ‘글로벌 대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 불안한가. 류샤오보의 주장을 ‘소수 의견’으로 포용하는 것이 체제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류샤오보의 죽음을 꽁꽁 막고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타고 중국 내부에도 소식이 속속 전해진다.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세상이 더 이상 아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경제 세계화는 몽둥이로 때려 죽일 대상이 아니라 적응해야 할 것으로, 그 혜택이 모든 국가와 민족에게 퍼지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도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대해로 뛰어들어 물 먹어가며 배웠다. 세계경제라는 대해는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작은 호수, 작은 개울에 자신을 가두려 하는 것은 조류에도 안 맞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류샤오보가 숨진 지금, 시 주석 연설문의 ‘경제 세계화’ 자리에 ‘민주주의’를 넣어 되돌려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