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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김정은, ‘핵이 지켜줄 것’이란 오판 거두라

등록 2017-09-03 19:27수정 2017-09-03 20:33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우려했던 일이 기어이 벌어졌다. 북한은 3일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6차 핵실험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핵실험이다. 또 규모 5.7로, 북한 역대 핵실험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수소탄 핵실험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의도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압박해 대미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이 기술적 측면에서 상당히 고도화된 수준까지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통해 확고한 재진입 기술을 보이는 것이다. 경제 제재를 비웃듯 거듭된 미사일 실험에 이어 1년 만에 핵실험까지 감행하고 나섰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청이나 제재는 아랑곳 않은 채 자신들의 ‘핵 시간표’ 일정에 따라 차근차근 핵능력을 쌓아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 방법이 정권에 도움이 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권 붕괴에 대한 불안감과 핵무기를 통해 이를 타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기묘하고 비합리적으로 결합한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핵무기 개발을 유일 자구책으로 삼고, 정권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가속도가 붙는 흐름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 북한은 김정일 정권 당시인 지난 2006년과 2009년 1, 2차 핵실험을 했는데,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2013년 이후 4년 만에 4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북한이 이처럼 핵능력 고도화로 매진할 수 있었던 건 미국이 ‘군사적 옵션’은 절대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또 하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도 ‘전쟁=파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군사적 타격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판 구실을 해주고 있는 덕도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핵능력이 국제사회가 감내할 수준을 점점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북한의 이런 통상적 계산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이번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더욱 강도 높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군사적 옵션’, ‘전략자산 전개’ 등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이다. 정부 안에서‘북한 완전고립’ 등을 언급하는 등 강경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대화’의 손짓을 계속 보내왔던 문재인 정부의 선택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정권 지배층의 안위를 위해 북한 주민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볼모로 잡고, 최악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토론이 불가능한 북한 체제 속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더욱 우려스럽다. 김정은은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오판을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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