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잊지 않겠습니다

등록 2017-11-17 18:02수정 2017-11-18 09:27

18일 세월호 마지막 희생자들의 추모식이 치러진다. 참사 발생 1311일 만인 지난 16일 미수습자 가족들이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겠다”며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선체가 있는 목포신항 부두에는 초겨울 바람이 매서웠다. 지난 4월 세월호가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온 뒤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 고창석 교사, 이영숙씨 등 4명의 유해가 발견되는 동안에도, 그토록 떼고 싶어 했던 ‘미수습자 가족’ 이름을 끝내 떼지 못한 이들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주지도 찾아주지도 못했다는 슬픔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단원고 박영인군의 어머니 김선화씨는 기자회견 중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는 내내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흘렸다. 지켜본 국민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기타를 잘 치고 음악 재능이 뛰어났던 남현철군, 만능스포츠맨으로 통했던 박영인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던 양승진 선생님, 새로운 삶을 위해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제주도로 향했을 권재근·권혁규 부자. 이들을 포함한 304명의 희생은 공동체를, 국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각자도생으로 치닫던 삶에서 벗어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됐다. 이제 우리에겐 이들을 영원히 기억하며, 비슷한 참사를 막을 시스템과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내년 3월까지 세월호 선체를 직립시켜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 한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보조기관실 등에 대한 수색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차마 수색을 더 요구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수색은 물론 진상규명에 있어서도 직립조사가 필요하다면 비용에 연연할 문제는 아니다.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규정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와 실행도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공조해 오는 24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예정인데, 자유한국당은 이 법안을 본회의에 신속처리 안건으로 회부한 결정 과정과 여야 추천 위원 비율 등을 문제 삼아 여전히 어깃장을 놓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에 세금 운운하고 교통사고 운운했던 지난 과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면, 법 통과에 협력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1994년 852명의 희생자를 낳은 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사건은 합동조사위원회가 3년간 조사를 벌여 보고서를 냈음에도, 훨씬 뒤에 숨겨졌던 사실이 새로 드러나는 일들이 있었다. 길게 바라보며, 철저하게 가족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필요하다. 진실규명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전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