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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박근혜 ‘재판 거부’, 국기문란 단죄 흔들려선 안 된다

등록 2017-11-28 17:26수정 2017-11-28 19:07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개된 재판에 두차례 불출석하자 재판부가 28일 궐석 재판을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으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거동할 수 없을 정도의 신병 문제 등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예정된 증인신문을 강행했다. 구치소 쪽 설명에 따르면 허리 통증과 무릎 부종이 있으나, 하루 30분씩 걷는 등 법정에 나오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지난 10월에 재판부가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 운운하며 재판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불출석은 이미 예상돼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비슷한 주장을 펴며 변호인단이 사퇴했던 전두환·노태우씨도 법정에는 나왔다. 박근혜씨의 재판 거부는 한때나마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마저 벗어난 일이다. 그동안 압수수색영장과 법원의 구인영장을 무시하고 재판을 지연시키더니, 이제는 아예 재판까지 보이콧하니 국정농단에 이은 ‘막가파식 사법농단’이라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아마도 드러난 혐의를 법률적 다툼을 통해 방어하는 건 역부족이란 판단을 했을 법하다. 기존의 뇌물수수 등 혐의에 이어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적 용도로 가져다 쓴 사실이 드러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에 이어 전직 국정원장들까지 자신의 특활비 전용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자 더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치적 지지자들을 겨냥한 그의 옥중 정치투쟁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정략적이다. 국민들에게 더 큰 죄를 짓는 일일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공분을 일으켜 결국은 법적으로도 더 큰 단죄를 불러올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의 ‘정치투쟁’에 발맞춘 듯 일부 수구보수 세력이 적폐청산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친박 인사를 중심으로 ‘정치보복’이란 주장을 펴오더니 검찰 수사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생겼다. 기획재정부 장관 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소환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정하지 못한 수사”라며 버티다 뒤늦게 번복했다.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수사는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난항에 부닥쳤다. 일부 야당과 언론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을 비난하더니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이 내려졌다. 이미 부하인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에게 1·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구속 이후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었는데도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석방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법원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인 국기문란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이댄 수구보수 언론과 야당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국정원 댓글공작만으로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우리도 과거 정권 적폐를 갖고 있다”는 등 시정잡배식의 협박정치에 나선 것도 국민을 우롱하는 행동이다.

검찰은 이런 정치공세에 흔들리지 말고,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비자금’ 등 모든 의혹을 성역 없이 파헤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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