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양창수 전 대법관)가 구속기소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성추행 혐의 대신 서 검사에게 부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용기있는 폭로가 법적으로 정당성을 공인받은 것일 뿐 아니라 ‘인사 거래’ 운운하는 2차 가해에도 쐐기를 박는 결정으로 환영해 마지않는다. 최근까지 4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각계의 미투 운동도 서 검사의 살신성인적 고발이 계기가 됐다는 점도 꼭 기록해둬야 한다.
지난 13일 오후 열린 검찰수사심의위 회의에는 이 사건을 수사한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소속 검사들이 나와 구속기소 필요성을 주장하고 안 전 국장 쪽 변호인들은 기소할 사안이 아니라는 법리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서 검사 쪽 대리인도 참석해 의견을 냈다고 한다. 결국 심의위가 표결을 거쳐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데는 2015년 8월 서 검사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이례적으로 통영지청으로 보낸 인사가 통상의 절차와 매우 다른 사실상의 보복인사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인사권을 쥔 안 검사장이 깊이 개입했다고 본 것이다. 성추행의 가해자가 인사보복까지 했다니 검사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정의관념과 인권의식은커녕 그 후안무치한 파렴치함이 역겨울 정도다. 특히 그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구속기소한 검사들과의 돈봉투 만찬 사건의 주역이란 점에서 이번 사건에도 검찰 인사권까지 농단한 ‘우병우 사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검찰이 처음으로 과거사조사위를 꾸려 조사에 나섰지만 이런 그릇된 조직문화까지 바꿔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건의 예비조사와 8건의 본조사 사건에 ‘박근혜 청와대’의 검찰 농단 사건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성추행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긴 데 대해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검찰 식구 봐주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 있음을 검찰은 알아야 한다. 아무튼 검찰수사심의위의 이번 결정이 법원의 단죄로 이어져 우리 사회 성차별적 인식과 구조를 깨는 혁명적 변화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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