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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자정 노력’ 없는 네이버, ‘외부 규제’ 자초할 건가

등록 2018-04-24 18:53수정 2018-04-24 18:54

댓글 오염, 네이버가 부추긴 측면 커
댓글 수 제한 등 기술적 대응은 한계
아웃링크 등 책임 있는 대책 내놔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의 기사 댓글 운용방식이 조작을 부추기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부에선 법 개정을 통해 강제로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애초 기사 댓글은 순기능이 적지 않았다. 기사의 틀린 내용을 지적하거나 새로운 팩트를 제시하는 댓글들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방적인 기사 제공을 넘어 언론과 독자의 쌍방향 소통과 여론 형성에 기여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순기능은 거의 사라진 채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고 여론 조작의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소수의 댓글 과다 작성자(헤비 댓글러)들이 댓글창을 오염시키고 있다. 댓글 통계 시스템인 워드미터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하루 이용자 1300만여명 가운데 댓글을 다는 누리꾼은 1%에도 못 미친다. 특히 이들 중 일부가 정치 기사를 중심으로 하루 댓글 허용량 20개를 다 써가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여기에 댓글 알바나 매크로 같은 프로그램까지 동원돼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

댓글창 오염은 네이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네이버는 순공감순이나 공감비율순으로 댓글을 보여주고 있다. 인기 순위별 노출 방식이다. 누리꾼의 호기심과 흥미를 최대한 자극해 이용자의 방문을 늘리고 가능한 한 오래 붙잡아두려는 의도다. 그래야 광고 단가가 올라가고 수입이 늘어난다. 네이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792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 규모다.

네이버는 25일 댓글 운용방식 1차 개편안을 발표한다. 하루 20개까지 허용되는 댓글 작성 개수 한도를 대폭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적 대응은 한계가 뚜렷하다. 빠져나가는 방법이 바로 등장한다.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댓글 운용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네이버는 스스로 언론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언론 이상의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게 현실이다. 국내 포털 뉴스 소비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수익성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손님 끌기식 댓글 운용은 포기하는 게 마땅하다. 네이버가 댓글 조작 세력에게 좋은 먹잇감을 제공해서야 되겠는가.

기사 노출 방식을 ‘아웃링크’로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이용자들이 각 언론사의 기사를 포털에서 보고 댓글을 다는 ‘인링크’가 아니라, 포털은 기사 링크만 제공하고 기사 보기와 댓글 달기는 해당 언론사 누리집에서 하는 아웃링크로 바꾸는 것이다. 구글 등 외국의 주요 포털들은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아웃링크로 바뀐다고 댓글 조작의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창구가 분산되면 댓글 조작의 유혹도 그만큼 줄어든다.

법적 규제는 네이버나 이용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댓글 실명제나 댓글 폐지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득보다 실이 크다. 네이버 스스로 나서길 바란다. 그래도 자정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결국 외부 규제가 불가피하리란 점을 네이버는 명심해야 한다.

▶ 관련 기사 : 네이버 ‘댓글 장사’ 공론장을 비틀다

▶ 관련 기사 : ‘댓망진창’ 된 인터넷 공론장 ‘네이버 댓글’…왜?

▶ 관련 기사 : 만국 공통 ‘악성 댓글’ 부작용, 외국에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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