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시각으로 12일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10시)에 열린다고 백악관이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정상회담 개최 시각까지 못 박은 백악관의 발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음을 뜻한다. 더 눈여겨볼 것은 백악관이 회담 개최 시각을 발표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잠정적으로 첫번째 회담’이라고 표현한 점이다. 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몇차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 사이 ‘비핵화 해법’에 실질적인 의견 접근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백악관 발표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를 밝힌 것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번에 해결하고 싶지만, 두번째, 세번째 회담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뒤에는 싱가포르 회담을 ‘하나의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2차, 3차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아, ‘일괄타결식 해법’을 강조해오던 데서 상당히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과 백악관의 4일 발표는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미국 쪽 태도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현실화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비핵화 과정에 물리적·기술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상,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맞바꾸려면 단계를 나누지 않을 수 없다는 걸 미국도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후속 회담을 열어둔 백악관의 이번 발표는 빅뱅식 일괄타결에 매달릴 때보다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 핵 위협을 제거하는 차원을 넘어 냉전의 잔재를 걷어내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회담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정치권 특히 야당인 민주당이 ‘발목 잡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미국 민주당 지도부가 ‘북한의 모든 핵·생화학무기 폐기와 검증이 이뤄지기 전엔 대북 제재를 해제하면 안 된다’고 한 건 북한과 협상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미 회담은 정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대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미국 정치권이 냉전 종식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대의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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