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열렸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지하는 교수학술4단체 기자회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사실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지가 커 강제수사 전환이 필요하다는 일선 노동청과 주무부서의 의견을 뒤집었던 것으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 확인됐다. 한 간부는 결론 전에 ‘삼성 쪽 의견을 잘 들어달라’는 이메일을 근로감독관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누구를 위한 부처인가.
2013년 9월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에 대한 수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논란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해 초 이마트를 3차례 압수수색하며 1900여명의 불법파견 사실을 적발한 정부부처가 압수수색도 없이 이런 결론을 내리자 ‘면죄부 발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다음 달 은수미 당시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불법파견으로 가자 그랬는데 갑자기 실장 보고가 들어갔다. 거기서 바람이 빠져버렸다”“나는 접근도 할 수 없는 고위 공무원 입김이 이렇게 내려왔다”는 담당 근로감독관 녹취록을 <한겨레>에 공개했다. 고용노동부는 ‘우리는 법률적 보완 등을 지시할 뿐, 감독 결과의 방향을 정해주지 않는다’고 잡아뗐다.
거짓말이었다. 당시 현장 노동청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에 대한 지휘·명령관계가 인정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부처 내 주무부서도 ‘기간 연장은 별 의미가 없고 검찰 수사권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낸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조사 미진 등을 이유로 현장에 감독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근로감독관들에겐 ‘가치판단을 내리지 말고 사실관계만 적시하라’는 지시가 내려갔다. 모두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에도 2차로 ‘불법파견’ 의견서가 올라오자 고용노동부는 자문위원회 의견을 듣자며 미룬 뒤 미리 ‘적법도급’이란 결론의 보고서 작성에 들어갔다.
2014년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에 맞섰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걸 생각하면, ‘만시지탄’이란 말만으론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준수와 고용평등 실현을 주요 업무로 삼는 부처 아닌가. 이는 정권 방침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던 하위 공무원들 문제와도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삼성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하고 무노조 경영을 지속해온 데는 수사기관, 정부 관료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의 로비나 압력이 없었는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