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회원사 몰래 사업수익 유용한 경총의 ‘회계 부정’

등록 2018-07-02 20:39수정 2018-07-02 21:30

김영배 전 경총 부회장이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임 시절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영배 전 경총 부회장이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임 시절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송영중 부회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경총이 자금 유용 의혹에 휩싸였다. <한겨레> 보도 등에 따르면, 경총 사무국은 김영배 전 부회장 시절 사업수익의 일부를 총회에 보고하지 않은 채 따로 관리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또 사업수익의 일부를 고위 임원들이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횡령 의혹은 부인했지만, 사업수익의 일부를 보고 없이 특별상여금으로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다. 사무국도 보도자료를 내어 다른 경제단체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기 어려워 2010년부터 사업수익의 일부를 특별상여금 지급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만약 직원들의 급여 현실화가 필요했다면 총회의 승인을 받아 처리하는 게 순리다. 회원사들이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되는 경제단체가 사업수익을 마치 쌈짓돈처럼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은 ‘회계 부정’에 해당된다. 총회에서 확정된 예산·결산보고서와 다르게 자금을 집행한 것은 회원사들을 속였다는 얘기다. 상여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것도 의혹을 키운다. 직원들의 요구라고 하지만 한두번도 아니고 8년 동안 계속 현금으로 지급한 것은 회계 관행에 어긋난다. 현금 지급은 세무당국도 인정하지 않는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국내 4대 경제단체 중 한 곳이 자금을 이런 식으로 운영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경제계 일각에선 자금 유용 의혹을 김영배 전 부회장이 2004년부터 부회장직을 7차례나 연임하면서 경총을 사조직처럼 운영해온 것과 연관지어 해석한다. 회원사가 아닌 사무국 중심으로 폐쇄적인 운영을 하면서 누적된 문제들이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총이 2013~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한 예다. 검찰은 경총이 삼성의 부탁을 받고 노조와의 교섭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4월 경총 회관을 압수수색했다.

송영중 부회장 사퇴 논란 와중에 자금 유용 의혹이 터져 경총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다. 지난 4월 취임한 송 부회장은 자금 유용 사실을 발견하고 특별상여금 지급을 중단시킨 채 감사를 벌였고, 이것이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의 배경이 됐다고 주장한다. 주장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자금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총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3일 열리는 경총 임시총회에서 자금 유용 문제가 특별보고 안건으로 논의된다.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필요하다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임시총회가 경총 쇄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관련 기사 : [단독] 경총, 사업수익 빼돌려 거액 비자금 조성했다

▶ 관련 기사 : 경총 “수익 35억, 총회에 보고 안해” 회계부정 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