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결 실마리 찾은 ‘삼성 백혈병 사태’의 교훈

등록 2018-07-22 18:36수정 2018-07-22 18:54

지난 4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엘시디(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와 어머니 김신영씨가 손을 잡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4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엘시디(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와 어머니 김신영씨가 손을 잡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삼성과 백혈병 피해자들을 위해 일해 온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22일 ‘삼성 백혈병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했다. 조정위가 양쪽의 의견을 반영해 10월 초까지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담은 중재안을 내놓으면 반드시 따르기로 동의했다. 일종의 ‘강제 조정’ 방식에 합의한 것이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노동자 황유미씨가 2007년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이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백혈병 사태 해결에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데는 삼성의 책임이 크다. 원인 제공자인 삼성이 진작 책임을 인정하고 충분한 피해 보상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삼성은 그동안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사이 수많은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났거나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반올림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제보를 받은 삼성 반도체·엘시디(LCD) 공장의 산재 사망 노동자가 80명에 이른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조정위가 2015년 조정안을 내놨을 때도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삼성이 조정안 중 공익법인 설립 방안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런 점에서 삼성이 이번에 중재안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삼성의 결정 배경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조정위의 중재안이 사실상 ‘최후통첩’이어서 이마저 거부하면 사태 해결의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정위는 양쪽에 보낸 제안서에서 “조정 절차를 다시 진행해 문제 해결을 마무리 짓거나 아니면 조정위 활동 종결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은 부인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미지 개선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백혈병 사태 해결과 이 부회장의 재판은 별개의 사안이란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 가치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기업들은 돈벌이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며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도 산업재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위반 기업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1957명에 이른다. 2016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이젠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 관련 기사 : 11년 이어 온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마무리되나

▶ 관련 기사 :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중재’ 제안 수용, 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