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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2 20:53 수정 : 2005.02.02 20:53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대표연설에서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쟁점사안에 대해 일정한 냉각기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말 올 2월 임시국회에서 과거사법을 처리하고, 나머지 쟁점법안을 다루기로 한 여야 합의를 뒤집은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개혁법안 유보 이유로 민생·경제를 우선해야 하며, 쟁점법안 처리를 시도하다 보면 다시 정쟁의 도가니가 돼 상생정치와 경제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자신들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호도하는 부정직한 주장이다. 솔선해서 약속을 지킨다면 정쟁을 유발할 이유도 없으며, 경제에 해가 될 리도 없다는 점에서 자기 기만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나라당은 4자 회담을 통해 ‘4대 법안의 합의처리와 연내처리 최선’을 다짐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상임위 상정조차 막았다. 이제 와서 다시 2월 국회 처리 약속까지 식언하는 것은 정치혐오만 조장한다. 김 원내대표는 개혁법안 처리 유보를 주장하면서 난데없이 개헌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또한 개혁법안은 더 논의하지 말자는 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개헌 정국으로 빠져들면 자연히 개혁법안 논의는 사라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의원연찬회에서 나라의 선진화와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당 혁신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보수는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바탕으로 명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개혁의지 없이, 민생과 개혁을 별개로 여기는 자세로는 아무리 혁신 방안을 논의해 봐야 공허할 뿐이다. 보안법 폐지 건만 해도 그렇다. 자유민주 나라에서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의 선진화를 말할 수 있으며, 보수정당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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