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월26일 뉴욕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다고 미 국무부가 발표했다. 7월6~7일의 3차 방북 이후 석달 만에 이뤄지는 평양 방문이다. 애초 8월 말로 4차 방북을 예정했다가 ‘비핵화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전격 취소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국무부 발표는 실무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기 때문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방북 전에 김정은 위원장 면담 일정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도쿄를 거쳐 당일치기로 평양을 방문한 뒤 서울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방북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방문 뒤엔 곧바로 베이징으로 날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평양뿐 아니라 서울, 도쿄, 베이징까지 포함하는 일정으로 볼 때, 폼페이오 방북은 북-미 협상의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게 분명하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불씨를 되살린 북한 비핵화 협상이 이번 방문으로 뚜렷한 결실을 보길 바란다.
이번 평양 방문의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북·미 양쪽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3차 방북 때처럼 폼페이오 장관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북-미 관계는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음을 두 나라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북한과 미국이 열린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는 게 긴요하다. 이제까지 미국은 조건 없는 ‘선 비핵화 조처’를 북한에 요구했다. 반면에 북한은 비핵화 조처와 ‘종전선언-제재 해제’의 맞교환을 주장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의지를 내비치고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이상, 이젠 미국이 종전선언 및 제재 문제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가 될 종전선언이 폼페이오 방북으로 구체화하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미국 내부의 논란 때문에 단시일 안에 종전선언의 성과를 내는 게 어렵다면, 제재 문제에서라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북 제재가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란 점을 고려하면, 남북관계 진전에 맞춰 한국 정부에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북한 역시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보듯이 지금의 북-미 관계는 김정은과 트럼프, 두 지도자의 결단에 의한 톱다운 방식으로 진전을 이루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표를 짜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네번째 방북이 몇달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북-미 협상의 결정적인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