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24일(현지시각) 미국 롯데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12월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미가 합의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 쏠리는 관심은 각별하다.
북-미 교착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양국이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 크다. 지난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막판에 연기된 뒤, 미국 쪽에서 이달 말로 회담 날짜를 다시 제시했지만 북한이 답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줄다리기가 계속되다간 고위급 회담이 늦춰질 뿐만 아니라 내년 1월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마저 연기될 수 있는 국면이다. 물론 북-미 양쪽 모두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강해 보인다. 미국은 내년 한-미 독수리훈련 축소를 서둘러 발표했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의 대북제재 예외도 인정했다. 북한도 불법 입국한 미국인을 억류 한달 만에 풀어주었다. 북-미 대화의 판이 흔들리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교착 상황이 길어지면서 협상 동력이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 모두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줄다리기만 하고 있는 이상,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북한은 민생분야 대북제재 완화를 절실히 바라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처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의 의중을 파악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쪽이 수용할 만한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현재의 교착 국면이 ‘비핵화 후 제재 완화’라는 미국의 완고한 태도에서 비롯된 면이 있는 만큼, 미국이 이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제재 완화에 진전된 입장을 낸다면, 지금의 교착 상태를 풀고 북-미 협상이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다. 우리의 상대인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분쟁 타결을 놓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것을 비롯해 짧은 체류기간 중에 8개국 정상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자칫 북-미 비핵화 협상 문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 비핵화 의제가 밀려나지 않도록 정부는 준비를 철저히 해, 이번 회담을 반드시 국면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