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표준지 중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서울 중구 명동8길의 네이처리퍼블릭.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12일 ‘2019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했다. 지난해에 비해 평균 9.4% 올랐다. 2008년 9.6% 이후 상승 폭이 가장 크다. 특히 서울(13.9%)을 비롯해 지난해 땅값이 많이 올랐거나 시가 대비 공시지가가 낮은 지역의 상승률이 높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전국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9.1%(서울 17.8%) 올렸다.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의지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토지 공시지가는 주택 공시가격처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이 된다. 이를 근거로 보수언론이 ‘보유세 폭탄’ ‘건강보험료 급등’ 주장을 편다.
한마디로 침소봉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시지가 인상은 ㎡당 시가 2천만원 이상 고가 토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전체 대상 중 0.4%다. 한 예로 공시지가 1위인 서울 중구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 건물의 부속토지가 지난해 ㎡당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반면 전체의 99.6%인 일반 토지는 평균 7.3% 오르는 데 그쳤다.
앞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시가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이 많이 올랐다. 전체 대상 중 1.7%다. 한 예로 공시가격 1위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자택이 169억원에서 270억원으로 60% 올랐다. 반면 전체의 98.3%인 15억원 이하 주택은 평균 5.9% 오르는 데 그쳤다. 국토부는 4월 말엔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는데, 역시 지난해 가격이 급등했거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릴 방침이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극히 일부에 한정된 사례를 마치 일반적 현상인 것처럼 호도한다. 옳지 않다. 조세 저항을 부추겨 보유세 정상화를 흔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 건물주가 이를 임대료에 전가해 젠트리피케이션(상가 내몰림)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 또한 과장됐다. 지난해 10월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고 임대료 인상률은 매년 5%로 제한됐다. 국토부는 4월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임차인들이 대폭 강화된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행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시가 현실화 작업은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지난해 62.6%에서 올해 64.8%로 올랐다. 단독주택은 51.2%에서 53%로 올랐다. 공동주택은 지난해 기준으로 68%다. 여전히 50~6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역대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에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시가 현실화는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땅값이나 집값이 급등했으면 세금도 그에 걸맞게 내는 게 마땅하다. 또 시중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쏠리는 것을 막아야 국민들의 주거 생활이 안정되고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정부는 흔들림 없이 공시가 현실화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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