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언론인 사외이사’는 부적절하다 |
언론의 도덕률과 기업의 생존논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 현직 언론인 20명이 공·사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인 사외이사’는 적어도 법적인 차원에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언론에 부여된 엄정한 도덕적 잣대 앞에선 다르다. 언론에는 사적 이익 아닌, 공공 이익을 지키라는 책무가 지워진 터다.
사외이사한테 부여된 ‘특별한 책무’를 떠올릴 일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1990년대 말 충격적인 외환위기 뒤끝 뼈저린 반성의 결과물 아닌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의 건강성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그 취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외이사 제도는 그 취지에 걸맞지 않게 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 가운데 상당수가 관련 정부 부처나 금융감독기구 출신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도가 그 취지와 달리 ‘로비용 포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뚜렷한 징표다. 언론인 사외이사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언론인 사외이사 대부분이 대표이사와 주필, 편집국장 등 지면 제작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들이다. ‘로비 목적’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다달이 건네지는 적잖은 규모의 활동비 등도 ‘결백’ 주장을 가로막는다. 일부 언론인 사외이사들은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릇,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실현하는 것이 이사의 구실이다. 이런 책무 자체가 언론의 독립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인 사외이사의 부적절성은 뚜렷해진다. 언론의 영향력이 갈수록 위축되는 난국을 깨기 위해서라도 언론인의 자기 절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언론의 도덕률과 기업정신이 부닥치는 상황에서 각 언론사가 윤리강령을 엄밀하게 손질할 때라고 믿는다. 도덕률을 위협하는 사태를 방관하는 윤리강령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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