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호주제 대신할 민주적 새 제도를 |
호주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를 둘러싼 오랜 논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호주제는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해 호주승계 순위, 혼인·자녀 등의 신분관계 형성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함으로써 많은 가족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겪게 했다”는 재판부의 지적은 적절하고도 명쾌하다. 재판부가 “개인을 가족 내에서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집안)의 유지와 계승을 위한 도구적 존재로 취급해 양성평등 및 개인의 존엄을 천명한 헌법 36조1항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것도 당연한 결정이다.
이 당연한 내용이 법률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데 거의 반세기가 걸렸다. 1958년 공포된 민법은 제정 단계에서부터 호주제를 두고 위헌 논란을 빚었다. 1970년대에는 고 이태영 박사와 가정법률상담소를 중심으로 범여성 가족법 개정촉진회가 구성돼 대대적인 가족법 개정운동을 벌였다. 그에 힘입어 동성동본 불혼제, 적모서자 관계 등 일부 남녀 불평등 조항이 몇 번에 걸쳐 개정됐다. 일부 보수층의 극렬한 반대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호주제가 이제 비로소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을 여성 운동의 힘으로 바로잡은 개가라고 하겠다. 헌재 결정이 더욱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기 바란다.
헌재의 헌법 불합치 판정으로 지난해 국회에 상정돼 해를 넘긴 민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이 됐다. 2월 정기 국회에서 별 문제 없이 통과되리라 기대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호주제를 대신할 신분등록제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민주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법원과 법무부가 이미 가족부 성격을 가미한 1인1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법무부안의 내용 중 부부가 동일 본적을 유지하도록 한 것은 기존 호적제도의 유습을 답습한 것으로 생각된다. 어렵게 개정하는 새 제도인 만큼 모자람이 없도록 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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