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평양에 도착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새벽, 10박11일간의 열차 대장정을 끝내고 평양에 도착했다.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 귀국을 보도하면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성과적”이었다는 한마디 외엔 말을 아낀 대목에서, 북-미 합의 불발에 따른 실망감이 느껴진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건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합의 무산에도 기회의 창은 열려 있고,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4일 “몇 주 내로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협상 재개 의사를 재확인했다. 잠시 협상 결렬의 후유증을 추스른 뒤 다시 절충에 나서길 기대한다.
이제 북-미 협상에서 정부가 ‘중재자’로 적극 나설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우리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며 “북-미의 입장 차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한 건 그런 의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장 ‘북-미 간 대화 궤도이탈 방지’를 급선무로 해야 할 일로 제시한 뒤 “대화 교착상태가 오래가지 않도록 북-미 실무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해, 우리 정부의 ‘촉진자’ 구실을 강조했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베트남 정상회담 결과 북-미 간 입장 차가 크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는 대신 그 대가로 민수 분야에 대한 유엔 제재 해제를 원한 반면, 미국은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과 무기, 더 나아가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의 폐기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간극이 커서 절충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미 전쟁의 참화를 겪은 바 있는 한반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말고 다른 길이란 없다. 정부는 대북, 대미 채널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북-미 협상의 전말을 정확히 복기하면서, 무엇이 문제이고 북-미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서로 만족할 만한 중재안을 도출해야 한다. 북-미 두 나라도 협상 상대의 요구와 우려를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미국도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만큼, 이후 북한의 ‘안전보장’ 우려를 어떻게 해소해줄지 현실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