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고르디우스 매듭 끊기’에 비유하는 글을 실었다. 재일동포 명의로 나온 이 글은 김 위원장의 심중을 대변하는 글로 받아들여졌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가 아무도 풀 수 없도록 묶어놓은 매듭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단칼에 끊어버렸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라는 고르디우스 매듭을 끊어버림으로써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고 북한을 경제 강국으로 올려세우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예기치 못한 결과는 김 위원장의 ‘심리적 결단’이 ‘현실적 결단’으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인 영변 핵시설을 통째로 폐기하겠다며 이 조처의 대가로 민생·민수 관련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거부하고, 느닷없이 ‘일괄타결’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불쑥 이런 제안을 한 것은 협상의 상례를 벗어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도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언론과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를 적당히 봉합하고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끝없이 쏟아내는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를 선뜻 들어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트럼프 전선의 선봉에 선 의회가 따지고 들 게 분명한 합의안에 서명하기보다는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했다고 1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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