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전면에 내걸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7일 열린 광화문 집회에서 ‘독재 타도, 헌법 수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황교안 대표는 “야만 행위를 국회에서 못 하도록 막는 정의로운 투쟁을 한국당이 하고 있다”며 “자녀들이 김정은 같은 독재자 밑에서 살아가지 않도록 궐기할 때”라고 외쳤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좌파독재를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반독재 투쟁이라 주장하는 건 염치없는 견강부회, 적반하장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은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이 “좌파 독재 음모”라며 나흘째 회의장을 봉쇄한 채 국회선진화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나 원내대표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어처구니없는 자기 합리화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회의장을 틀어막고, 의안과를 점거한 채 집기를 부수며 법안을 탈취·파손하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걸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봤다.
패스트트랙은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제안으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에 명시한 합법 절차다. 2013년엔 회의 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형’, 재물 손괴나 서류 손상 등 행위는 ‘7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엄단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스스로 만든 법을 무력화한 것도 모자라 ‘정의로운 투쟁’ 운운하며 합리화하는 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불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 관행’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정치 선동이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야 3당이 농성을 벌이자 지난해 12월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담긴 여야 5당 합의문에 서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서명 당사자다. 하지만 이후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다 여야 4당이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으로 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하자,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는 안으로 어깃장을 놓으며 협의에 불응했다. 더욱이 여야 4당 안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의석수가 줄어든다. 민주당에서도 서울·호남 지역구가 너무 큰 폭으로 준다며 불만이 터져나오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민주당도 물러선 측면이 있다.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뒤에도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등 최장 330일 동안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자유한국당 입장을 반영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행위는 반독재 투쟁이 아니라 의원들의 밥그릇 사수를 위한 제1야당의 기득권 투쟁일 뿐이다. 불법행위를 합리화하려고 국민을 기망하는 정치 선동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