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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4 18:24 수정 : 2005.02.04 18:24

지율 스님이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뚫기 공사에 항의해 벌인 단식을 100일 만에 풀었다. 스님이 행여나 잘못될까 걱정했던 사람들로서는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뒤늦긴 했지만 스님의 뜻을 헤아려 중재안을 내놓은 정치권과 정부에도 박수를 보낸다. 이제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양쪽이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바란다.

지율 스님의 100일 단식은 중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우리에게 깨우쳐 주었다. 그 생명이란 인간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의 가치가 인간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한갓 미물이랄 수 있는 도롱뇽을 지키기 위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목숨까지 버리려 했음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스님의 말씀대로 자연의 모든 생명과 인간이 대립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스님의 단식이 일깨워준 또 하나의 가르침은 이제 무문별한 개발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동안 자신들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위해 자연을 끊임없이 파괴해 왔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자연 파괴는 결국 인간 자신의 파괴로 이어진다. 천성산 터널도 경제성만 가지고 따질 문제가 아니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부각시킬 게 아니라 천성산이 인간에게 베풀어줄 유무형의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제는 개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좀 불편하고 비경제적이더라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됐다.

이제 앞으로 3개월의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거쳐 천성산 터널뚫기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다. 그동안 이뤄진 환경영향 평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던 만큼 이번에는 형식적이 아닌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노선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율 스님의 100일 단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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