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7 18:19
수정 : 2019.10.2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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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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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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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예뉴스의 댓글창과 인물 관련 검색어를 이달 안에 폐지하기로 했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가수 겸 배우 최진리(설리)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최종 결정의 주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포털 사업자의 자율적인 결정이라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너무 늦은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댓글이 ‘표현의 자유’와 무관하다 할 수는 없지만, 공론장으로서 역할은 불모가 되고 인신공격과 혐오 표현의 온상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2008년 배우 최진실씨의 죽음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최진실법’ 제정에 나선 적이 있다. 그러나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 권력의 인터넷 통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입법은 무산됐지만, 포털 사업자 스스로 공론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지 않으면 타율이 개입할 빌미를 줄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카카오의 자발적인 결정이 평가받을 만한 또 하나의 이유라 할 수 있다.
카카오는 내년에 비연예 기사의 댓글창과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폐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실시간 검색어는 화제와 여론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악성 댓글을 양산하는 기폭제 구실을 해왔다. ‘조국 정국’에서는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실시간 검색어가 여론을 부풀리거나 왜곡하기 위한 표적이 된 셈이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거라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오용 위험성이 크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카카오의 결단을 기대해본다.
그러나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가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욕설 댓글에 경고를 띄우고 별(*)표로 바꾸는 기능 등을 채택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악성 댓글에 충분히 대처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더라도 심각한 부작용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음이 하는데 네이버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포털만큼은 아니지만, 개별 언론 사이트의 댓글창도 공론을 어지럽히기는 마찬가지다. 포털의 움직에 발맞춰 폐지할 때가 됐다고 본다. 대신 독자와 시청자의 정제된 여론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보도하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표현의 자유와 여론 다양성에 기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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