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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본 ‘혐오 발언’ 처벌 조례, ‘혐한 시위’ 근절 계기로

등록 2019-12-13 18:10수정 2019-12-14 02:32

2017년 7월 일본 가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시민들이 ‘같이 행복하게’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를 했을 때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2017년 7월 일본 가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시민들이 ‘같이 행복하게’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를 했을 때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 가와사키 시의회가 12일 ‘혐한 발언’을 비롯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를 반복하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발언에 제재를 가하는 조항이 담긴 법규가 만들어진 건 처음이다. 재일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혐한 발언 등의 차별 행위에 적극 대처하기로 한 점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 최근 한-일 갈등 심화와 맞물려 혐한 시위와 발언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이번 일이 일본의 양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가와사키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의결한 ‘차별 없는 인권 존중의 마을 만들기 조례안’엔 국적이나 인종, 성적 지향, 출신,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겨 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특정 국가나 그 지역 출신자에 대해 차별적 언동을 금지하고 이를 3차례 위반하면 벌금을 최고 50만엔(약 54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가와사키시는 재일동포가 많이 살고 있기에 극우·보수단체의 혐한 시위도 잦은 곳이었다. 일본의 극우 단체들은 시내 도로나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확성기로 재일동포를 ‘바퀴벌레’라고 비하하며 “일본에서 나가라” “죽어라” 등 위협적인 발언을 하곤 했다. 이제 이런 발언은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차별적 내용이 담긴 펼침막을 내걸거나 전단을 돌려도 처벌을 받는다.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은 2016년 6월 중앙정부에서 제정됐고 도쿄와 오사카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조례로 만들어졌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선언적 규정에 그쳤다. 이번에 가와사키시가 처벌 조항을 마련한 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처벌 조항이 있는 조례를 준비 중이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보편적 인권 측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특히 재일동포 문제는 과거 일제의 침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일본 극우세력이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재일동포를 공격하는 건 반인간적, 반문명적 폭거다. 이번 조례 제정을 계기로 이런 야만의 행동이 더는 용납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일본 중앙정부도 혐한 시위에 더는 두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강제력 있는 법령 제정 등 실질 조처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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