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7 18:17
수정 : 2019.12.2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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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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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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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27일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가이드라인은 경영진의 횡령·배임·부당지원·사익편취로 기업 가치가 훼손됐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정관 변경,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주주 제안’ 등을 담았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3일 공청회에서 가이드라인 시안을 공개했고 29일 기금운용위에서 의결하려 했으나,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자 일부 내용을 보완했다. 주주 제안 대상에 오른 기업에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주주 제안이 산업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을 경우 주주 제안을 하지 않거나 철회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재계의 반대에 밀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권 행사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이익이 된다. 국민연금이 국민을 대신해 주주 활동을 충실히 하면 투자 기업의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인한 ‘오너 리스크’를 차단해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 득이 된다.
그런데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논평을 내어 “경영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전경련은 “신산업 진출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경제의 활력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경총은 “실물경제가 부진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가이드라인 도입 의결을 강행해 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신산업 진출과 실물경기 부진이 정당한 주주권 행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주권 행사는 ‘나쁜 경영진’이 대상이다. 그것도 지속적인 사전 대화를 통해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제한적으로 행사된다. 따라서 잘못이 없으면 주주권 행사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혹시 제 발이 저려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실제로 하루 전인 26일에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회장은 사실상 자신의 개인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가 경영난으로 퇴출 위기에 몰리자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그룹 호텔 브랜드인 ‘글래드’ 상표권을 자신과 아들이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 소유로 돌려 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 모두 회사 재산으로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운 것이다. 온갖 갑질과 비리도 모자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 3세들은 더 이상 말을 꺼내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더 이상 명분 없는 반대를 그만두고, 경영 투명성을 높여 기업 가치를 올리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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