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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젠 ‘모자의 난’ 한진 가문, 기업경영 자격 없다

등록 2019-12-29 17:37수정 2019-12-30 02:07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전무가 지난 4월 12일 오전 조 전 회장을 국내로 운구한 항공기를 타고서 인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전무가 지난 4월 12일 오전 조 전 회장을 국내로 운구한 항공기를 타고서 인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내부의 다툼이 격렬해지고 있다. 조원태 그룹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분쟁이 바깥으로 불거진 직후 조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크게 다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미 온갖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한진 가문이다. 최소한의 염치는 고사하고 기본 인성도 갖추지 못한 이들은 기업경영에서 손을 떼는 게 순리다.

조 회장 모자의 싸움은 성탄절이었던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 고문의 집에서 벌어졌다. 조 전 부사장이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가족과 사전 협의 없이 경영상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있다”며 조 회장을 공개 비판한 지 이틀 뒤다. 남매 분쟁을 두고 이 고문이 누나 편을 들자 조 회장이 화를 내며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꽃병을 비롯한 집 안 물건이 부서지고 사람이 다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남매의 난’이 ‘모자의 난’으로 번진 것도 놀라울뿐더러 그 행태는 또 한편의 막장 드라마다. 부정 편입학, 뺑소니, 노인 폭행,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땅콩 회항’, ‘물컵 갑질’ 같은 어처구니없는 소동을 일으킨 바 있는 조 회장 가문이 기업경영에 참여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왼쪽 사진)씨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왼쪽 사진)씨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진가의 싸움은 여느 집안의 심상한 재산 다툼과는 차원이 다르다. 32개 계열사에 종업원 수 3만명을 웃도는 재계 13위 그룹의 운명과 연관돼 있다. 자칫 수많은 직원의 일터를 위태롭게 하고, 국가 경제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핏줄로 기업 경영권을 세습하는 후진적인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기업을 경영할 역량이나 자격이 없으면 지분에 해당하는 것만큼의 권한만 누리고 배당을 받는 것에 만족해야 마땅하다. 그게 직원들의 일터를 지키고 그나마 자기 재산을 보전하는 길임을 한진 가문은 깨닫길 바란다.

조 회장 일가는 한진칼 지분 29%를 갖고 이를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이 3분의 1에 못 미치고 그룹 전체로 넓히면 제 몫은 훨씬 적은데도 100% 가까운 권한을 행사하는 체제다. 한진가의 저질 집안 다툼은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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