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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40여일 떠도는 기수의 죽음, 마사회는 답해야

등록 2020-01-05 18:43수정 2020-01-06 02:38

고 문중원씨의 유가족, 직장동료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고 문중원 열사 제도개선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 문중원씨의 유가족, 직장동료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고 문중원 열사 제도개선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마사회 내 비리 등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부산경마공원 기수 문중원씨의 유해가 해가 바뀌어도 따뜻하게 누울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사과, 책임자 처벌 없이 떠나보낼 수 없다며 부산에서 서울, 그리고 지난 4일 과천 서울경마공원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연 집회에도 그와 함께했다. 지난해 11월29일이었으니 6일로 39일째다.

현행 경마제도의 무한경쟁체제와 다단계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4년 이후 부산에서만 기수 3명과 마필관리사 4명 등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개인마주제 도입으로 마사회는 경기장 관리만 맡는다지만, 실질적으론 조교사와 그 아래 기수 및 마필관리사의 생사여탈권을 쥔 피라미드 구조다. 특히 서울과 달리 기본급이 없는 부산은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조교사에 기수들이 철저히 종속돼, 생계유지도 힘들뿐더러 승부 조작 등 부당한 요구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수들은 ‘개인사업자’라며 산재 적용도 받지 못한다.

17년째 기수 생활을 한 문씨는 2015년 조교사 자격증을 따고도 마사회 심사위원회로부터 마방(말을 관리하는 공간)을 배정받지 못했다. 그는 유서에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며 친분과 연줄에 의한 배정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부정 경마 의혹과 갑질도 폭로했다. 자비로 유학하며 노력해온 그에게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는 까마득한 절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마사회는 지난달 기수협회와 합의했다며 상금구조 개편 등 제도 개선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산 쪽 기수들은 참석하지 않은 회견인데다, 근본적으로 갑질을 막을 동등한 계약 보장이나 실질적인 경쟁 완화 방안으론 턱없이 미흡하다. 무엇보다 진정 변화의 의지가 있다면,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유족들을 계속 피할 게 아니라 찾아가 사과하고 협의하는 게 마땅하다. 이는 한해 매출 8조원의 공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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