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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난 기본소득’ 진지하게 검토해보자

등록 2020-03-09 18:25수정 2020-03-10 02:39

코로나19 여파로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작년 9월 8일 청년문화공간 ‘JU’에서 600여명의 발기인과 함께 발기인대회를 열고 있다. 기본소득당 창당 주비위원회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작년 9월 8일 청년문화공간 ‘JU’에서 600여명의 발기인과 함께 발기인대회를 열고 있다. 기본소득당 창당 주비위원회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재난 기본소득’ 논의가 뜨겁다. 취약계층에 정부 보조금을 직접 지급해 소득을 채워주자는 주장이다. 홍콩, 마카오는 비슷한 내용의 기본소득 방안을 이미 마련해 곧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난에 준하는 상황인 만큼 제한된 영역에 한시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이재웅 쏘카 대표의 제안으로 촉발된 재난 기본소득 논의에는 여야, 진보·보수 모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신생 정당인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미래당이 비슷한 제안을 했고,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호응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취약계층 중심의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속도감 있게 논의·검토할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본래 의미의 기본소득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런 보편적 방안을 제안했다. 지원 대상을 가려내는 데 따른 시간과 행정비용을 아끼고, 고소득층에 지원된 몫은 나중에 세금으로 거둬들이면 된다는 개념이다.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나 약점이 있다. 돈이 너무 많이 들 뿐 아니라 전달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가가 확보한 국민 개개인의 정보는 거주지 중심이며 계좌정보 따위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 노숙인, 거주지 불명자 같은 공백 지대도 있다. 기본소득 지급 뒤 증세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약점도 있다. 자칫 포퓰리즘 시비와 정쟁만 무성해질 수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시대전환조차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는 제한적 기본소득 방안을 제안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현재 여건에선 취약지대인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지원을 집중할 수 있는 ‘제한적 방안’이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해 보인다. 예산이 덜 들고, 기존의 보조금 전달 체계를 활용할 수 있어 빨리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조7천억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에는 기본소득 취지를 담은 예산 2조6천억원이 이미 반영돼 있다. 취약계층 580만명에게 상품권과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런 성격의 예산 규모를 늘리고 지원 대상을 넓히면 재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추경의 규모를 늘리거나 2차 추경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겠다.

재난 기본소득 논의에 이어 추경안 규모의 파격적 확대 제안은 민간 부문에서도 나오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전대미문의 상황”이라며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넘게 떨어질 것에 대비하려면 (재정 투입이) 40조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것에서 나아가 경제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은데다 미국·유럽에선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재정당국은 비상한 상황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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