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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범 검거 뒤에도 버젓이 활동하는 ‘박사 백업방’

등록 2020-04-02 18:35수정 2020-04-03 02:08

조주빈씨 등 ‘박사방’ 운영자 일부가 검거된 뒤에도 이들이 공유했던 수만개의 성착취 영상을 다시 유통하는 ‘백업방’이 운영되고 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백업방에 500여명이 들어와 성착취 영상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텔레그램 ‘엔번방’의 운영자뿐 아니라 이용자들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백만명이 서명을 하는 등 이 문제에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처럼 극악한 범죄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니 경악스럽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범죄의 본질과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운영자나 이용자 한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수하는 것을 두고 성착취 범죄가 위축될 거라 봤던 기대는 섣불렀다. 익명으로 가입할 수 있는 텔레그램에서 자신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운영자와 이용자들 사이에서 그만큼 공고하다고 봐야 한다. 수백개의 엔번방에서 수많은 이용자가 치고 빠지는 것을 몇 안 되는 감시·수사 인력이 실시간으로 뒤쫓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둘러 성착취 영상 범죄를 감시하고 수사할 조직과 인력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찾고 삭제하는 전담 인력은 17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범죄행위는 텔레그램 망을 타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지만, 경찰은 지방청 단위로 개별 사건에 대응하고 있다. 전국을 관할하는 새로운 조직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텔레그램 서버가 국외에 있는 만큼 국제 공조수사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 경찰은 이미 네덜란드와 공조해 ‘소라넷’을 폐쇄한 전례도 있다.

아무리 감시와 수사를 철저히 한다 해도 가해자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는 한 성착취 영상 범죄의 근절을 기대할 수 없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엔번방에 들어가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성폭력 특별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기를 바란다. 대법원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도 크게 강화해야 한다. 여성을 자기결정권과 주체성이 없는 대상으로 타자화하고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회를 바꾸려면 무엇보다 법과 제도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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