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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종인 비대위’ 진통, 이래서 ‘혁신’은 할 수 있겠나

등록 2020-04-28 18:17수정 2020-04-29 04:17

28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자유청년연맹 회원들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자유청년연맹 회원들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28일 반발 속에 가까스로 당 공식기구 추인을 받았다. 통합당은 이날 오후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김종인씨 쪽은 “이 결정을 추대로 볼 수 없다”고 밝혀, 비대위가 정상적으로 출범할지는 불투명하다. 전례 없는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당 수습을 위한 기구 구성조차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표류하는 통합당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태로 비대위가 출범한들 어떻게 ‘혁신 의지’를 모아 당을 바꿔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김종인씨가 비대위원장을 수락하지 않은 건, 전당대회 개최 시한을 8월31일까지로 못박은 당헌 부칙을 상임전국위가 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대위원장을 맡아봤자 4개월짜리 시한부일 수밖에 없다는 불만인 듯싶다. 통합당은 애초 전국위에 앞서 상임전국위를 열어 문제의 조항을 개정하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날 오전 열린 총선 당선자 총회에서 벌어진 갑론을박 역시 ‘사공 없는 나룻배’ 같은 미래통합당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일부 중진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주장했으나, 초선 당선자를 중심으로 절반 가까운 참석자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했다고 한다. “비대위가 아니라 전당대회를 빨리 열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비대위를 구성하든, 현 지도부로 8월 전당대회까지 가든 그건 통합당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역대급 선거 참패를 겪고도 살신성인하는 모습 없이 정치적 다툼만 하는 통합당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이런 정당에 어떤 변화와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게 많은 이들의 솔직한 심정일 터이다. 오늘의 선거 참패보다 미래를 기약하지 못하는 모습이 훨씬 초라하고 암울하다.

총선 당선자 일부가 “당의 진로는 우리 당선자들에게 맡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4·15 총선의 지역구 당선자 84명 중 절반을 훨씬 넘는 56명이 영남에서 당선된 이들이다. ‘영남 보수’에 갇힌 정당이 되어버렸다는 게 지금 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도 저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 걸 보면, 이들이 생각하는 당의 미래는 무엇인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에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하려는 중진들의 정치적 이해까지 겹쳐 있으니, 설령 비대위가 출범해도 그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게 분명하다.

김종인씨도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총괄 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씨 역시 선거 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총선 전에 ‘전권’을 요구하며 선대위원장 취임을 고민하다 막판에 선거에 합류했다. 이번에도 모호한 언사로 비대위원장 수락을 저울질하는 태도를 취하는 건 보기에 영 좋지 않다. 빨리 거취를 결정하는 게 자신에게나 통합당에나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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