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건국대학교가 2학기 등록금을 감액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온라인 강의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대학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학생들은 등록금의 일부라도 환불해달라고 계속 요구해왔다. 그러나 대학들은 재정 여력 부족을 이유로 들어 난색을 표명했고, 교육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건국대의 이번 결정이 주목되는 이유다.
건국대의 이번 등록금 일부 반환 결정은 대학 당국이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 본부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4월부터 등록금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총학생회와 8차례에 걸쳐 등록금 반환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한다. 최근 양쪽은 2학기 등록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1학기에 납부한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환불성 고지 감면 장학금’ 지급에 합의했다. 환불 총액은 아직 협의 중이지만 이번주 안으로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대학에서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10만~20만원씩 학생들에게 지급한 적은 있지만, 학습권 손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등록금을 돌려주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원격 강의 투자와 장기간 등록금 동결 때문에 재정 사정이 나빠져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손실의 책임을 전적으로 대학에 물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학이 충분히 노력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더 실망스러운 건 팔짱을 끼고 이 문제를 관망해온 교육부의 태도다. 등록금 반환은 특정 대학이 아닌 전국 대학의 문제인데도 교육부는 대학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얘기만 되풀이해왔다.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등록금 반환 재원 마련을 위해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을 한시적으로 해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는데도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건국대의 결정을 다른 대학들도 눈여겨보길 바란다.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교육부도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과 교육부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모두 떠넘기는 건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