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장관(왼쪽 두번째)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오른쪽 첫째)이 14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워싱턴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시작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단
한-미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환수 시기를 놓고 이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머리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데 무게를 뒀다. 반면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건 충족을 강조했다.
미국의 주장은 2014년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당시 한-미는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초기 필수 대응능력 구비,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 환경 관리라는 세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에 합의했고, 3단계 검증·평가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국과 미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3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평가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환수를 위한 조건과 절차적 단계는 전작권 환수를 위한 ‘전제 조건’이 아니며 ‘확인 사항’이라고 밝혔다. 만약 일부 조건 충족이 미흡하다면 전작권 환수 이후에 보완·발전시켜 충족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1994년 12월 평시작전권 환수 때도 조기 경보를 위한 한미연합 정보관리 등 6개 임무는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이란 유예조건을 두고 환수를 한 전례가 있다. 2022년 5월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전작권을 환수하고 미흡한 분야가 있다면 평시작전권 환수 때처럼 ‘조건부 환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마치 조건을 ‘절대 불변’인 것처럼 내세우는 것은 전작권 환수를 늦추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 미국은 앞으로 전작권 협상에서 전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바란다.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 환수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이번 회의 의제가 아니었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공동방위 비용 분담에 관해 더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래야 그게 미국 납세자들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치 한국이 안보를 주한미군에 기대 무임승차해왔다는 듯한 발언인데, 사실과 맞지 않는다. 에스퍼 장관은 교착 상태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증액 규모 자체가 비상식적인데다 미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미는 상호 이익을 추구하며 이견을 조정해가야 한다. 정부는 미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두고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한-미 현안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국내 일부에서 ‘한-미 동맹이 흔들린다’ 식으로 비난을 하는데,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