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큐멘터리에서 시민결합법 제정을 통한 동성커플의 권리 보호를 지지한 사실이 공개된 가운데, 교황이 바티칸에서 주례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의 법률적 권리 보호 장치로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을 공개 지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현지시각)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건 시민결합법이며 동성애자들은 이를 통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동성결합은 동성 커플에게도 증여, 상속, 입양 등 이성 결혼에 따른 권리를 똑같이 보장하는 개념이다. 교황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가톨릭의 입장을 고려해 동성 결혼 자체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세속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통해 교회가 동성애자를 포용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
교황의 발언을 두고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역사적인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가 국내외에서 나왔다. 교황의 발언이 기독교 내에서 성소수자 인권 논의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특히,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동성애보호법’이라고 거칠게 반대하는 국내 보수 개신교도 이런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스스로 고립되지 않으려면 교황의 발언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동성애자에 대한 존중과 차별금지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2013년 7월에는 동성애와 관련해 “주님을 찾고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내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는 국내 보수 개신교의 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재판위원회는 지난해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최근 이동환 목사에게 정직 2년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어느 쪽이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의 기독교 정신에 가까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