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기로 확정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틀간 실시된 당헌 개정과 공천 찬반 여부를 묻는 전당원 투표에서 찬성이 86.64% 나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압도적 찬성률은 재보선에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전당원의 의지 표출”이라며 “후보를 공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 부합한다는 지도부 결단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전당원 투표 방침을 밝혔을 때부터 통과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민주당은 당원들의 압도적 찬성을 명분 삼아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현행 당헌 규정을 개정하고 공천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민주당이 스스로 국민을 상대로 내걸었던 약속을 뒤집은 데 대한 정치·도의적 책임마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민주당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에 바꾸기로 한 규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2015년 신설했던 조항이다. 정치혁신을 위해 만들었던 규정을 정치공학적인 이유에서 5년 만에 바꾸는 민주당의 모습은 떳떳하지 못하다. 투표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사안을 전당원 투표에 맡긴 지도부의 태도는 책임 회피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당원들의 압도적 찬성률을 내세울 게 아니라, 약속을 뒤집은 것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소속 자치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서울과 부산의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 피해 여성에게도 거듭 사과드린다”며 “윤리신고센터와 젠더 폭력신고 상담센터를 열고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성 비위 및 부정부패 조사, 후속 조치 등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에 그쳐선 안 된다. 고강도의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내놓고 철저히 실행해야 한다. 또 수백억원에 이르는 보선 비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분담할 방안을 찾아 국민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