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의결 시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첨예하게 달아올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7일 더불어민주당이 낸 공수처법 개정안이 안건조정위에 회부됐고, 곧 법사위 전체회의에 올라갈 게 확실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면서도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해서라도 공수처법 개정을 막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하나 타협하지 못해 이 지경까지 온 건 답답한 일이다.
공수처가 과연 필요한지, ‘권력의 칼’이 되진 않을지에 대해선 이미 1년 전 공수처법을 처음 만들 때 격렬하게 논쟁했던 바다. 긴 시간 논쟁과 갈등을 거쳐 지난해 12월30일 제1야당의 반대 속에 입법한 게 바로 공수처법이다. 그 이후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선거 승리가 모든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순 없지만, 최소한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거치고 많은 이가 동의한 공수처를 가동하는 건 국민의 뜻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국민의힘의 끝없는 반대로 후보 추천에 실패했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동의’라는 법 규정을 악용한 정치적 행동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공수처장 추천 조항을 어렵게 만든 건 여야가 ‘타협의 정치’를 통해 중립적이고 괜찮은 사람을 합의 추천하란 뜻이었다. 후보 추천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은 타협과 협치엔 손톱만큼의 의지도 없는 우리 정치의 한심한 자화상이다.
여야는 이날 마지막 담판 결렬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치는 상대 당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공수처 출범의 발목을 잡다가 법 개정만은 안 된다고 버티는 건 국민 보기에 명분이 없다. 민주당도 시행 1년이 안 된 법을 다시 바꾸는 데 대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여야는 더 이상 다투는 건 ‘타협과 대화’에 무능하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란 점을 되새길 때다.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을 모색하되, 안 되면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출범을 더 이상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