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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대차 노동자 참변, 중대재해법 제정 절박하다

등록 2021-01-04 18:30수정 2021-01-05 02:42

‘2인1조 작업’ 무시 등 또 안전불감증
‘위험 외주화’로 노동자 안전은 뒷전
여야, 실효성 있는 법안 통과시켜야
김종철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부대표단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동조단식을 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부대표단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동조단식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참변이 새해 벽두인 3일 발생했다. 하루 7명씩 산재로 목숨을 잃는 ‘산재 1위’(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의 비극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사업주 등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더불어민주당이 12월 임시국회 처리를 수차례 다짐했으나 경영계의 반발로 여전히 진통 중이다. 국회는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실효성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원청 대기업의 ‘위험의 외주화’와 탐욕스러운 ‘이윤 경쟁’으로부터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내는 대전환점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사고 경위는 아직 조사 중이지만, 안전수칙 무시 등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김아무개(54)씨가 생명을 잃은 고철 압착설비(베일러머신)의 바닥 스크랩 제거 작업은 현대차의 허가가 필요한 A등급 위험작업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울산사내하청지회는 작업수칙상 ‘2인1조’ 작업이 원칙인데도 비정규직인 김씨가 혼자서 작업했다고 증언했다. 또 협력업체가 사고 전날 작업을 끝냈는데도, 현대차가 중역의 공장 방문을 이유로 사고 발생 50여분 전 갑자기 재작업을 요청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청의 뜻을 거부하기 힘든 하청업체가 무리하게 재작업을 한 것이 사고로 직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는 현대차가 4일로 예정된 새 전기차 모델의 생산 재개를 위해 설비를 무리하게 가동했다고 주장한다. 청소작업 중에 압착설비가 계속 작동한 이유와 안전펜스 설치 여부도 주장이 엇갈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깊은 애도와 함께 “안전한 환경 조성과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번 사고는 대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하청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와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한 ‘이윤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의역 김군’이나 ‘태안화력 김용균씨’의 희생으로 우리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원청 대기업과 하청업체에 공동책임 등을 묻는 중대재해법의 절박성과 긴급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정부는 지난해 말 법 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제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원·하청업체가 공동으로 안전·보건조처 의무를 지도록 한 조항에서 임대·용역은 빼고, 고의적 과실에 대한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 중대재해법을 빈 껍데기로 전락시키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법사위에 이어 8일 본회의 처리를 약속했다. 이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주째 희생자 가족이 단식농성 중인 상황을 중시해, 법안 처리를 서두르기로 뜻을 모았다. 여야는 “과잉 입법”이라는 재계 주장에 더는 휘둘리지 말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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