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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봐주기’ 중대재해법, 이대론 안 된다

등록 2021-01-06 19:56수정 2021-01-07 02:44

백혜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이 6일 정의당 의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손팻말을 들고 있는 소위원회 회의실 앞을 지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백혜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이 6일 정의당 의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손팻말을 들고 있는 소위원회 회의실 앞을 지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심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연일 법안을 후퇴시키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소상공인과 학교를 제외하기로 했다. 소위는 전날엔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합의해 정부안(2년 이상 징역형 또는 5000만~10억원 벌금)보다 크게 후퇴시킨 바 있다. 또 양벌 규정에 따라 법인에 물리는 벌금의 하한선을 없애고 고의성이 인정되면 매출액의 10%를 벌금에 가중하는 조항은 아예 삭제했다.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할 수 있는 임의적 병과를 가능하게 해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야가 법 제정의 근본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여야 합의안대로라면 사업주·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사라진다. 형사처벌은 약화했고, 경영계가 집요하게 요구해온 ‘벌금 하한선 폐지’를 관철해 낮은 벌금형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분석을 보면 2020년 법원은 185명의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피고인 1명당 518만원, 법인에 553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한다. 김용균씨 죽음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규정을 강화했지만 ‘쥐꼬리 벌금’으로 책임을 회피해온 이런 현실은 여야가 합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는 결코 바꿀 수가 없다.

노동자 생명이 달린 사안을 면피용 입법으로 끝내선 안 된다. 여야 합의안이 8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면 또다시 보완과 개정 요구가 잇따를 것이다.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위험을 외주화해 노동자의 죽음으로 치르는 비용보다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자신에게 닥칠 형벌과 금전적 손실이 더 크다는 걸 분명히 각인시키는 게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그것만이 하루 평균 노동자 6명이 일터에서 죽는 참담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

경영계도 자성해야 한다. 경영계는 6일 “산재 사고는 과실범”이라며 1년 이상인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삭제하고 ‘반복적 사망사고’로 사업주 처벌을 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여야 합의안을 더 완화하라고 압박하지만 말고 노동자의 죽음을 멈추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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