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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찰·공수처 ‘관할권 힘겨루기’ 볼썽사납다

등록 2021-04-02 18:03수정 2021-04-02 18:07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한겨레> 자료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한겨레> 자료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출국금지하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전격 기소했다. 지난달 12일 이 사건을 이첩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 인선을 마무리짓지 못해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뒤 공수처로 송치하라’고 조건을 달았는데,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것이다. 갓 출범한 공수처가 제대로 안착하기 전부터 이처럼 기관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공수처가 이번처럼 조건부 재이첩을 할 수 있는지는 명문 규정이 없지만, 공수처법 취지에 비춰보면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해도 기소는 여전히 검찰이 담당하도록 돼 있다. 다만 검사 관련 사건은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갖도록 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등 잘못된 관행을 견제하고 기소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고위공직자 범죄는 몰라도 검사 관련 사건만큼은 검찰이 재이첩받아 수사하더라도 기소 단계에선 다시 공수처로 넘기는 게 자연스럽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수처가 검찰을 지휘하려 든다고 비판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역으로 검찰이 기소를 담당하는 일반 고위공직자 범죄에서는 검찰이 공수처를 지휘한다는 비판도 가능해진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수사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맞추고 수사·기소의 공정성을 제고하려는 공수처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공수처와 검·경이 사건 이첩 등에 관한 조정을 위해 ‘3자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는 와중에 기소를 강행한 건 적절치 못했다.

공수처도 법적으로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재이첩 문제를 기관간 사전 조율 없이 섣부르게 결정한 책임이 있다. 검사 관련 사건의 공정한 처리라는 공수처법 취지에 맞게 처음부터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게 바람직했다. 또 공수처가 재이첩 전에 수사 대상자의 한 명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조사하면서 처장 관용차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성 논란을 부른 것도 신중치 못한 처사다.

검찰도 공수처도 법 집행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다. 조직의 이해관계에 앞서 형사사법체계가 원활하고 공정하게 작동하는 데 힘을 모을 의무가 있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 초기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기관간 협의를 통해 조속히 이견을 조정하기 바란다. 그것이 안 된다면 국회가 나서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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