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8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서울형 기초보장제’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한다고 28일 밝혔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는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빈곤가구에 생계급여의 50%를 지급하는 서울시 차원의 보완적 제도인데, 2013년 시행된 뒤로 정부와 똑같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해왔다. 서울시의 이번 조처로 2300여가구가 급여 수급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방배동 모자 사건’이 발생하자, 노모의 주검이 오래 방치된 배경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다고 보고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방배동 모자 가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주거급여 대상이었으나, 부양의무자 기준을 따지는 생계·의료급여에서는 제외돼 있었다. 이들 모자는 서울형 기초보장제 대상은 아니었지만, 서울시는 복잡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복지 전달체계에 공백을 불러 참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발 앞서 폐지에 나선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75살 이상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 1875명이 새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번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는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변경 심의가 순조롭게 완료됨에 따라 애초 계획보다 한달 앞당겨 시행하는 거라고 한다.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정부의 지원에 따라 주민이 받는 복지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다.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초생활보장제의 최대 사각지대로 비판받아왔다. 박근혜 정부는 선심 쓰듯 교육급여 기준을 폐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거급여의 기준을 폐지한 데 이어, 내년까지 생계급여 기준을 폐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일정조차 없다. 기준을 폐지하면 수급자가 크게 늘기 때문이라는데, 그만큼 사각지대가 넓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위해 속도를 높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