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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4대 그룹 미국 투자, 국내 고용 위축 최소화해야

등록 2021-05-24 18:31수정 2021-05-25 02:09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394억달러(약 4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자국 내 반도체·배터리의 안정적 공급망을 만들려는 미국의 요구에 맞추면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뜻을 담은 투자 계획이다. 기업들은 한-미 정상회담에 때맞춰 투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지원했다. 그러나 국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미국으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그 그늘도 짙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 170억달러(약 19조1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엠(GM), 포드 등 미국 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 생산을 위해 엘지(LG)에너지솔루션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은 140억달러(약 15조7천억원)를 투자한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도심항공교통, 로보틱스, 자율주행, 수소 사업 등에 74억달러(약 8조1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4대 그룹 합계 44조원의 투자액은 우리나라 연간 설비투자 총액의 4분의 1에 이르는 거액이다.

기업들은 협력 파트너의 존재와 소비 시장 근접성, 미국 정부의 조세 감면이나 인프라 제공 등을 고려해 현지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 창출 기회가 미국으로 넘어간 것이니 반길 수만은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로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가 수천개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개가 아니라 수만개에 이를 수 있다.

특히 현대차의 전기차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은 그림자가 짙다. 현대차는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미국 제품 구매) 정책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국내 산업 발전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자동차 산업은 2018년 기준 국내 총고용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 기여도가 크다. 그런데 국내 공장 신설은 거의 중단됐고, 자동화의 진전으로 완성차 업체의 고용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할수록 고용 창출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현대차는 고용 불안을 느끼는 노동자들과 상생을 목표로 적극 대화하고 협의해야 한다. 정부도 미래 산업의 국외 투자 확대가 국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핵심 부문인 연구개발(R&D) 분야에서라도 국내 투자를 적극 확대해 미래 고용 창출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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