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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법원 판례 무시하며 ‘황당 논리’ 편 강제징용 판결

등록 2021-06-07 18:27수정 2021-06-08 02:09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임철호(왼쪽)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각하 판결에 대한 항소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임철호(왼쪽)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각하 판결에 대한 항소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7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2018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다 황당한 논리로 점철된 이례적인 판결이다.

재판부는 1965년 한국 정부가 일본의 자금 지원을 대가로 대일 청구권을 포기한 한-일 청구권협정의 문언과 체결 경위 등을 볼 때 강제징용 피해자도 협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청구권협정문이나 체결 과정에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없는 만큼 강제징용이라는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는 한-일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번 재판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마저도 “국내법적 해석”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또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 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 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거나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에 큰 기여를 했다”는 등 일방적인 ‘정치·외교적’ 가치 판단을 판결에 개입시켰다. 피해자 승소 판결로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 등까지 고려하여 보면 국가의 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리 비약을 보이기도 했다.

법리적 측면에서 이번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소수 의견의 재탕에 불과하다. 대법원이 불과 3년 전 확립한 법리를 하급심이 새로울 것도 없는 논리로 부정한 셈이다. 이는 법적 혼란을 일으키고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지연시킬 뿐이다.

3년 전 대법원 판결도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8개월 만에야 나온 것이어서 만시지탄을 부른 바 있다. 이 사건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과 재판 거래를 한 것은 사법농단의 상징적 사건이 되기도 했다. 사법부가 이처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거듭 상처를 주고도 또다시 법정에서 좌절을 안기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다. 재판부는 오는 10일로 예정했던 선고 날짜를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이날로 갑자기 변경하기도 했다. 재판 당사자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상급심에서 조속히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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