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자석
외국인이 우리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보고 여러번 놀란다는 말이 있다. 처음엔 지필고사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둘째는 그럼에도 말 한마디 못해서란다.
초등학교부터 영어에 쏟아붓는 돈이 만만치 않다.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토익·토플을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900점짜리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과 1시간 이상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실력은 드물다. 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외국 영어연수를 다녀와 국내에서 취업을 해도 그 실력은 취업준비용일 뿐 정작 영어를 사용할 기회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영어를 잘 해야 취업을 하는데 정작 그 고급영어를 쓸 기회가 없다는 것은 참 역설적이다.
정부는 영어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르치는 것을 추진한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 학부모들은 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3학년 때부터 한다고 한 것이 불과 엊그제였다. 그 여파로 느는 것이 영어학원, 영어유치원이 되고 말았다. 학교에 영어라는 과목은 있는데 영어로 1시간 이상 수업할 능력있는 교사가 30%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의 나라 말을 한 교실당 30명에게 동시에 가르친다는 것은 절대 무리다. 결국 그 정도에 만족하든가, 학원 가서 배우든가 하라는 얘기다. 중학교 정도 되면 영어의 실력 차이가 하도 심해서 영어 교사가 수업하기가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학교에서 잘 가르친다면 왜 학부모들이 영어과외를 하려고 하겠는가.
영어 과목 신설과 관련해 시행 시기를 정하기에 앞서 교사 육성과 무엇을 가르칠지를 정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교육당국은 현실을 외면하고 뭐가 더 문제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결국 국외 유학생의 연령만 더 낮아지게 하고 3~4살 때부터 영어를 배워야 하는 열풍만 조장할 것이다.
최윤정/서울시 강동구 둔촌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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